어느 결혼식 사회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두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날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함께’ 서겠다고 약속하는 날입니다.”
그 문장을 듣는 순간, 결혼식의 무게가 화려함이나 격식보다 훨씬 깊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예쁘게’, ‘잘’, ‘완벽하게’라는 단어에 몰두하지만, 정작 중요한 본질은 그 사이에서 종종 희미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결혼식을 다시 정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 고민의 실마리를 던져준 것이 바로 광주결혼박람회에서 들었던 단 한 문장이었습니다.
“신랑·신부가 편안해야, 그 결혼식이 손님에게도 편안하다.”
광주결혼박람회 한 상담사의 이 짧은 한 문장은 결혼 준비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질문이 됩니다. 보통 우리는 손님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마음으로, 관습을 벗어나면 실패한 결혼식이 될까봐 불안해하며 다채로운 요소를 덧붙입니다. 그러나 본질은 오히려 그 반대에 있습니다. 두 사람이 진심으로 편안한 형식과 내용이야말로 모두에게 좋은 결혼식으로 전달된다는 뜻이죠.
실제로 광주결혼박람회에서 만난 여러 웨딩홀, 스드메, 예물·예복 브랜드들은 같은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신부가 불편하면 사진에 표정이 굳는다”, “예식이 길면 부모님도 긴장감이 풀리지 않는다”, “식장이 화려할수록 컨셉보다 사람에 시선이 덜 모인다”와 같은 말들 말입니다. 화려함보다 과하지 않게 어울리는 것, 남에게 보여주기보다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진짜 결혼식의 결이라며, 광주결혼박람회는 본질 회복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드레스 상담존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신부님, 드레스는 몸에 맞추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야 해요.”
주말마다 등산을 즐기는 신부에게는 활동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예비부부에게는 품격 있는 라인을 추천하는 식이었습니다. 결혼식이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두 사람의 삶이 반영된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관점이었습니다. 광주결혼박람회는 취향 기반 결혼식이 유행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것을 일깨웠습니다.
신혼여행 상담 부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요즘 신혼여행은 인증샷 목적지가 아니라, 두 사람이 숨을 고르고 앞으로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습니다. 예전엔 남들이 가는 가까운 리조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각자의 리듬과 여행 스타일을 존중하는 맞춤형 일정이 더 많은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결혼식뿐 아니라 신혼여행까지, 결혼 준비의 핵심 키워드가 ‘보여주기’에서 ‘진짜 나답게’로 이동하고 있음을 광주결혼박람회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결혼식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되는 것. 진심이 전달되는 식. 결혼식이 끝난 뒤 “오늘 정말 우리 같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누군가는 그것을 소박함이라 하고, 누군가는 감성이라 하지만, 결국 본질은 ‘관계’에 있습니다.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광주결혼박람회 메시지는 결혼식이 소비적 이벤트가 아니라, 관계의 깊이를 드러내는 의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예비부부에게 저는 감히 제안하고 싶습니다. 체크리스트의 항목을 줄여보시라고. 스드메, 식장, 식순 같은 틀보다 “우리는 왜 결혼식을 하는가?”를 먼저 질문해보시라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면, 다른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가지런해집니다. 광주결혼박람회에 들린 많은 예비부부들이 바로 그런 질문을 떠안고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결혼식의 본질은 화려함이 아니라 체온입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가는 순간의 온기, 눈빛을 마주했을 때의 떨림, 부모님이 건네는 짧은 축복의 진심, 친구들이 보내는 환한 표정. 그런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결혼식이라는 풍경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풍경을 가장 온전하게 지켜주는 방식이 바로 두 사람에게 맞는 결혼식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광주결혼박람회는 그 한 문장으로 우리에게 다시 묻습니다.
“당신의 결혼식,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그 질문에 선명하게 답할 수 있다면, 이미 반은 성공한 결혼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