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에 아메리카노 챙겨 들고, 김대중컨벤션센터 방향으로 걷는데 가을빛이 유난히 선명했어요. “자, 우리 오늘은 진짜 ‘현실 견적’ 보자.” 휴대폰 메모장에 굵게 적고 광주웨딩박람회 입장!
첫 인상은 ‘생각보다 덜 빡세다’였어요. 지도처럼 배치된 부스에 카테고리 표기가 깔끔해서 동선이 편했고, 스탬프 찍으면 사은품 주는 이벤트가 곳곳에 있어 은근히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맨 먼저 홀 투어 부스부터 들렀는데, 담당자가 딱 필요한 질문만 던져줘서 마음이 풀렸어요. “예정 인원, 원하는 동선, 식사 스타일, 예산 상한.” 네 가지로 좁히니까 선택지가 확 줄어들더라고요. 특히 광주·전남권 인기 홀의 최소/최대 보증인원, 주차 대수, 채광 사진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게 팜플릿을 줘서 유용했어요. 사진만 보면 다 좋아 보이잖아요? 그래서 실물보다 중요한 게 ‘조건표’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스드메 라인에서는 살짝 설렘이 폭발했습니다. 샘플 드레스는 레이스가 과한 것보다 실루엣이 정직한 A라인이 화면발이 잘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피팅 예약을 현장에서 잡으면 할인률이 붙는 곳이 꽤 있었고, 리허설 메이크업에서 눈썹 결 살려주는지, 셀카 조명 톤까지 맞춰주는지 디테일 체크가 핵심이라는 팁도 건졌어요. 한 업체는 “원본 원본, 진짜 원본 파일 제공”을 강조했는데, 계약서 특약란에 그 문구가 정확히 들어가는지 확인하라는 말이 꽤 현실적이었죠.
청첩장과 한복 부스는 감성 vs. 실리의 링콩전이었어요. 우리는 종이 질감 덕후라 활판인쇄에 눈이 갔지만, 최소 수량/추가 인쇄 단가를 듣고 급현실 체크. 대신 샘플팩을 넉넉히 챙겨와서 집에서 비교하기로 했어요. 한복은 색 조합을 무등산 단풍 팔레트로 잡아보자며 상담했더니, 사폭 치마에 은은한 회청·연산홍 조합을 추천해 주셨는데 사진만으로도 얼굴 톤이 살아나는 느낌! 덕분에 “본식 한복은 무조건 대여”라고 생각하던 마음이 슬쩍 흔들렸습니다.
혼수 부스는 시간을 가장 많이 썼어요. 패키지 묶음이 마냥 저렴한 건 아니라는 걸 직접 계산기로 두드려 보니 확실해졌거든요. 같은 모델명인데 유통 라인 따라 AS 정책이 달라서, 광주 지역 서비스망을 어디서 커버하는지가 포인트였어요. 담당자가 “배송·설치 동시 진행, 하자 생기면 7일 내 교체” 문구를 계약서에 넣어주겠다고 해서 신뢰도가 급상승. 이게 바로 광주웨딩박람회 현장 상담의 힘이구나 싶었죠.
허니문 상담은 의외로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았어요. “항공 좌석 확보가 견적의 절반”이라는 말, 뼈 때렸습니다. 우리는 연차 일정이 애매해서 확정 결제를 못 했지만, ‘오픈데이터’처럼 날짜별 항공·숙박 변동표를 받아 왔어요. 대략적인 시즌 피크와 비수기, 특정 주간의 리조트 공사 일정까지 보여주니 일정 짜기가 한결 수월해졌어요.
중간중간 이벤트도 즐겼어요. 룰렛 돌려서 받은 커피 쿠폰으로 달달한 라떼 한 잔 쉬어가고,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을 즉석 인화해 주길래 집에 붙여두었죠. 광주웨딩박람회 사전예약으로 받은 웰컴 기프트도 은근 알찼어요. 웨딩 플래너 상담권, 드레스 속옷 할인권, 청첩장 무료업그레이드 옵션 같은 실용템이 많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광주웨딩박람회만의 ‘현장감’이었어요. 지역 기반 업체가 많으니 계약 이후 동선이 짧고, 방문 피팅이나 AS가 빠르다는 점. 그리고 상담사분들이 “서울표 템포”보다 한 박자 여유가 있어서, 우리가 질문을 다 꺼낼 때까지 기다려 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덕분에 예산이 ‘현실’의 언어로 정리됐습니다. 과감히 빼기로 한 것(예: 과도한 포토 테이블 소품), 꼭 넣기로 한 것(예: 부모님 한복 맞춤), 비교해 볼 것(예: 식사 뷔페 vs. 코스)으로 구분했거든요.
돌아오는 길, 우리는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셋으로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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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은 ‘사진’보다 ‘조건표’가 왕. 보증인원·주차·동선·식사 방식 네 줄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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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드메는 ‘원본 파일’과 ‘리허설 메컵 디테일’이 당락을 가른다. 특약란 반드시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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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는 ‘패키지=무조건 이득’이 아니다. 모델명·AS·설치 일정까지 엑셀로 쪼개기.
혹시 광주웨딩박람회 처음 가는 분께 한 줄 요약을 남기자면 이거예요. “들어갈 때는 설렘, 나올 때는 계획.” 귀여운 굿즈보다 더 든든한 건, 우리만의 우선순위가 또렷해졌다는 사실이었거든요. 다음 주말엔 오늘 받아온 리스트로 실제 홀 투어를 돌 예정이에요. 무등산 자락 아래, 우리 둘의 하루를 담을 공간을 찾으러요. 그리고 약속은 지켰습니다. 눈치 게임 대신 솔직함. 그게 오늘 광주에서 건진, 가장 값진 혜택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