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오늘의 미션’ 알림을 띄웠다. 편한 신발, 비교 체크리스트, 식대 예산 세 가지 챙겼으니 준비 완료. 문이 열리자 반짝이는 조명과 꽃 향기가 한 번에 몰려왔다. 오늘은 내가 꿈꿔온 그날을 결정할 서울웨딩박람회 웨딩홀 투어 날이다.

첫 부스에서 만난 건 호텔 계열 웨딩홀. 높은 천장과 긴 버진로드, 그리고 ‘기둥 없음’을 강조하는 상담사가 눈에 띄었다. 홀을 크게 좌우하는 건 생각보다 사소한 디테일이었다. 천장 높이는 웅장함을, 기둥의 유무는 하객 시야를, 무대 위치스크린 사이즈는 식 순서의 밀도를 바꾼다.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홀의 실제 입장 영상까지 틀어주는데, 음악이 터지는 순간 상상 속 나와 하객들의 탄성이 겹쳐졌다. “여긴 사진 맛집이다”라는 확신이 슬며시 올라왔다.

두 번째는 컨벤션형. 호텔보다 합리적인 식대 구성패키지 혜택이 탄탄했다. 리허설실, 폐백실, 연회장 동선이 가까워 손님 안내가 쉬웠고, 특히 엘리베이터—로비—홀로 이어지는 라인이 매끈했다. 상담사는 “3부 중복 예식은 턴오버 시간을 꼭 보라”고 강조했다. 한 타임에 예식이 겹치면 신부대기실 앞 혼잡도, 축가 리허설 시간 확보, 연회장 회전이 달라진다. 나처럼 하객 이동 동선을 신경 쓰는 타입에겐 핵심 포인트.

세 번째는 하우스/가든형 감성 홀. 낮에는 통창으로 비가 들어와 내추럴하고, 저녁에는 조명으로 드라마틱했다. 플로리스트가 보여준 생화 무드보드와 테이블 데코 샘플은 “취향 저격” 그 자체. 다만 하우스형은 날씨 리스크, 주차 대수, 스냅 촬영 동선을 꼼꼼히 따져야 했다. 대신 프라이빗하게 단독 예식이 가능하다는 점은 진짜 매력. 음악 볼륨과 조명 컨트롤을 예식 콘셉트에 맞춰 바꾸는 커스텀이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었다.

시식 코너에서 작은 접시로 살짝 맛을 보았는데 식대 대비 만족도는 꽤 높았고, 알레르기/채식 옵션도 준비되어 있었다. 뷔페 vs 코스는 끝없이 고민되는 부분인데, 오늘의 결론은 ‘하객 구성이 다르면 정답도 달라진다’였다. 어르신 손님이 많으면 정갈한 코스, 젊은 하객이 많으면 다채로운 뷔페가 유리했다. 중요한 건 미리 시식 예약을 잡아 실제 맛과 동선을 검사하는 것.

혜택 부스에서는 솔깃한 문구가 많았다. 식대 단가 할인, 포토테이블 무료 구성, 폐백실 대관 포함, 주차권 제공, 신혼부부 숙박 1박 같은 추가 옵션들. 하지만 바로 계약하지 않고, 상담사가 보여준 견적서 항목을 하나씩 뜯어봤다. 체크한 건 다음 다섯 가지:

  1. 보증인원: 최소 보장 수를 못 채우면 어떻게 정산되는지

  2. 음주류/음료 무제한 여부와 1인당 추가 비용

  3. 홀딩 기간과 계약금 환불 규정(위약금 조건)

  4. 스냅/영상 외부 반입료 및 전기·조명 사용료

  5. 중복 예식 여부와 대기실 프라이버시

사진·영상 업체와의 호흡도 미리 상상해봤다. 로비 채광이 좋은 홀은 본식 스냅이 압도적으로 예뻤고, 포토월 위치가 눈에 띄는 곳에 있으면 하객 동선이 자연스럽게 멈춘다. 버진로드 폭과 무대 높이도 중요했다. 드레스 트레인이 긴 스타일을 꿈꾸고 있어서, 버진로드 폭계단 유무를 특히 확인했다. “오늘 계약만”을 강조하는 멘트에는 살짝 미소만. 서울웨딩박람회 한정 혜택은 좋지만, 계약서는 두 번 읽고 사인하는 게 마음 편하다.

돌아오는 길, 카페에 앉아 오늘 본 후보들을 비교표로 정리했다.

  • A호텔: 포토 스폿 최강, 주차 넉넉, 식대 상향

  • B컨벤션: 동선 완벽, 가격 합리적, 리허설실 인접

  • C하우스: 단독 예식 감성 충만, 날씨 변수 체크 필요

이렇게 정리해보니, 내가 웨딩홀에서 진짜 원하는 기준이 또렷해졌다. 하객 동선과 시야, 본식 사진 결과물, 식대 만족도, 나만의 콘셉트 연출. 박람회장에서는 반짝이는 조명과 혜택에 눈이 커지기 쉽지만, 집에 돌아와 현실 체크리스트로 걸러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늘의 결론. 서울웨딩박람회 웨딩홀 투어는 ‘한자리 비교’가 전부가 아니다. 상담사의 한마디, 홀의 공기, 리허설 영상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리고 내 체크리스트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그게 나의 결정 포인트였다. 다음 주엔 상위 2곳만 재방문해 실제 타임테이블로 동선을 걸어볼 예정. 그때는 예식 시간대의 실제 조명사운드 체크, 식사 피크 시간도 확인하려 한다.

혹시 내 서울웨딩박람회 후기 글이 누군가의 선택에 도움이 된다면, 마지막으로 이 세 가지만 기억하자.

  • 눈은 사진, 발은 동선, 손은 계약서를 본다.

  • ‘오늘만’ 혜택보다 나의 결혼식 그림에 맞는지.

  • 예쁜 홀은 많지만, 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홀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돌아오는 전철에서 창밖 불빛이 스치듯, 머릿속엔 내가 걷게 될 버진로드가 선명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오늘 제대로 다녀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