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목표는 간단했다. 내 결혼식의 분위기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 “깔끔하고 따뜻한 낮 결혼식, 사진은 은은하게, 식사는 만족스럽게.” 이렇게요. 그 문장을 찾으러 창원웨딩박람회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받은 웰컴 키트가 꽤 실속 있었다. 볼펜, 미니 손거울, 시음 쿠폰까지—가방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동선 돌 때 부담이 없었다. 먼저 안내 데스크에서 창원웨딩박람회 동선을 추천받고, 지도에 동그라미를 쳐두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목표는 ‘스드메 → 웨딩홀 → 혼수/예물 → 허니문’ 순서로 가볍게 한 바퀴.
스드메 부스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드레스 샵 세 곳이 나란히 서 있었는데,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차분하고 고급졌다. A라인, 머메이드, 미니 드레스까지 각 샵의 ‘대표 무드’를 바로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광택이 과하지 않은 새틴 원단이 얼굴 톤을 환하게 살려줘서 메모장에 별표 세 개. 메이크업 샵에서는 실제 시연을 가까이서 봤는데, ‘윤광’도 결국은 파우더 처리의 균형에서 갈린다는 팁을 얻었다. 리터칭 포인트와 촬영용 속눈썹 옵션도 체크.
옆의 스튜디오 부스들은 샘플 앨범을 통째로 들춰볼 수 있어서 실전 감이 확 왔다. 야외 스냅 vs 클래식 실내, 원본 파일 포함 여부, 추가 컷 단가까지 상담사가 깔끔하게 비교표를 보여줬다. “우리 콘셉트는 자연광 + 필름 톤”이라고 명확히 말하니, 맞춤 예시로 바로 앨범을 꺼내준다. 취향이 분명할수록 대화가 빨라진다는 걸 실감.
웨딩홀 라인은 창원·마산·진해 라인을 기준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객 이동 편의성, 주차 동선, 연회장의 채광이 포인트. 샹들리에가 화려한 홀과 모던한 웨딩 라운지형 홀이 대비되어 있어, ‘우리 하객층’에 맞춰 상상해보기 좋았다. 상담 때 유용했던 질문은 이렇다. 보증 인원 변동 기준, 식대 인상 가능성, 한식/양식 라인업 바꾸기, 폐백실 사용료와 시간, 사회/연주 포함 여부. 브라이덜 샤워 포토 스폿도 은근히 중요한 체크 포인트였다.
혼수·예물 구역은 체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가전 패키지의 경우 “실물 색감”이 변수라 전시 제품을 직접 보는 게 답. 냉장고 도어 색과 조명 아래 톤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예물은 과한 광보다 피부 톤과 어울리는 반짝임이 관건이라며, 샴페인 골드와 로즈 골드 샘플을 함께 끼워보게 해 준 점이 좋았다. 사이즈 조절, 각인, AS 기간을 계약서에 어떻게 명시하는지까지 들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허니문 상담에서는 ‘휴양형 vs 도시형’의 삶의 리듬 차이를 먼저 묻는 게 인상적이었다. 일정표를 보니 휴양형은 체크인 다음 날 바로 스냅 촬영, 도시형은 미술관·맛집 동선을 중심으로 쉬는 날을 끼워 넣는 설계. 우리에게 맞는 건 오후 늦게 움직이고, 밤에 산책하는 루틴이라 도시형 쪽에 마음이 갔다. 마일리지 사용 팁과 환불 규정도 물어보니 담당자가 바로 표로 정리해 줬다.
중간중간 포토부스와 청첩장 샘플 코너가 힐링 구간이었다. 활판 인쇄의 깊은 질감, 재생지의 매트한 촉감, 봉투 실링 왁스 컬러까지. 작은 카드 하나가 결혼식 전체의 무드를 예고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포토테이블 소품도 미리 구성해 볼 수 있었는데, 식물·캔들·프레임만으로도 충분히 감도 있게 연출 가능.
물론 유혹도 많다. “오늘만 이 가격” “사은품 추가” 같은 문구들이 어깨를 잡아당긴다. 그래서 더더욱 ‘계약은 집에서’ 원칙을 세웠다. 체크리스트를 다시 적어두자. ① 스튜디오는 원본 포함/추가 컷 단가/리터칭 범위, ② 드레스는 피팅 회차/샘플 사이즈/디자이너 라인 업그레이드 비용, ③ 메이크업은 원장/부원장 선택과 본식 이동 비용, ④ 웨딩홀은 식대 변동 조항/보증 인원/부대비용(의전, 빔, 버진로드 꽃장식), ⑤ 사진·영상은 팀 고정 여부와 대체 규정, ⑥ 연기·취소 수수료. 오늘은 ‘듣고, 비교하고, 기록’까지만.
좋았던 점 세 가지. 첫째, 지역 맞춤형 상담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우리 동선, 우리 하객, 우리 예산에 딱 맞는 예시만 추려준다. 둘째, 실물력이 말이 필요 없다. 원단, 인쇄, 조명—사진으로는 못 전하던 감각이 손끝에 남는다. 셋째, 견적 비교가 한자리에서 가능하니 우선순위가 또렷해진다. “식대는 올리고, 영상은 간소화” 같은 선택이 명확해졌다.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인기 부스는 웨이팅이 길어 동선이 끊기기 쉬웠고, 사은품 수령 동선이 겹쳐 붐비는 시간대가 있었다. 다음 창원웨딩박람회일정 확인할 때는 오픈 직후나 평일 저녁대처럼 한산한 타임을 노려야겠다. 편한 신발과 보조 배터리는 필수, 가방은 크로스로 두 손을 비워두면 훨씬 수월하다.
박람회를 한 바퀴 돌고 카페에 앉아 오늘의 수확을 정리했다. “우리 결혼식 한 문장”은 이렇게 업데이트. “햇살 드는 낮, 모던하고 따뜻한 분위기, 음식은 알차게, 사진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예산표 옆에 작은 메모: ‘사람이 먼저다.’ 결국 함께 일할 팀과의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오늘 확인했다.
돌아오는 길, 가방이 묵직한데 마음은 가볍다. 창원웨딩박람회는 정보의 숲이었지만, 그 사이로 내가 원하는 길이 분명히 보였다. 다음 스텝은 오늘 받은 견적을 집에서 차분히 비교하고, 우리 일정표에 맞춰 두세 군데만 방문 상담을 잡는 것. 결혼 준비는 마라톤이니까, 호흡을 맞추며 한 걸음씩. 오늘의 한 바퀴는 그 리듬을 찾게 해 준 꽤 산뜻한 출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