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늘 바람이 좋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히 바닷바람 맞으러 간 게 아니었다. 인생 최대 이벤트, 결혼 준비라는 미션을 띠고 강릉으로 향했다. 이유는 단 하나, ‘강릉 웨딩박람회’ 때문이다. 평소엔 바다 보고 회 먹고 카페 투어나 하던 도시에서 웨딩박람회라니, 조금 낯설면서도 궁금했다. 그런데 이게 또… 생각보다 꽤 알찼다. 아니, 너무 알찼다. 나중엔 살짝 지칠 정도로.
우선, 분위기부터 말하자면 진심 ‘강릉답게’ 여유로웠다. 서울이나 수도권 박람회는 복잡하고 사람에 치이는 느낌이었는데, 강릉은 뭔가 널찍널찍하고 천천히 구경할 수 있었다. 입장하자마자 직원분들이 나를 보고 “오신 거 정말 잘 하셨어요~”라며 환하게 인사해주는데, 갑자기 VIP 대우 받는 기분. 나야 뭐 이런 거에 약한 사람이라 바로 기분 업됐고, 남자친구는 의자부터 찾기 시작했지만.
먼저 둘러본 건 웨딩홀 부스. 강릉, 동해, 속초까지 커버하는 지역 웨딩홀 정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깔끔한 호텔식 예식장부터 전통 혼례 스타일, 소규모 스몰웨딩 전문 공간까지 다양해서 의외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강릉 바닷가 근처 예식장은 바다를 배경으로 결혼식이 가능하다는데, 솔직히 그 순간 “이건 인생샷 각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사진 작가님들도 옆 부스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샘플 앨범 구경하다가 10분이 훅 가버렸다. 진짜 다 예뻐서 고르기 힘든 수준.
드레스 부스도 빼놓을 수 없다. 드레스 피팅은 현장에서 바로는 어려웠지만, 상담을 통해 시착 예약까지 가능했다. 무엇보다 상담하시는 실장님이 딱 내 스타일을 파악하시더니 “신부님은 슬림 머메이드보다 화사한 A라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라고 하시는데, 와… 연애보다 더 설렜다. 눈 반짝이며 “진짜요?” 하니까 옆에서 남자친구가 괜히 한숨. 질투야 뭐야?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스드메 상담. 강릉이 관광지다 보니 ‘촬영 투어’처럼 구성된 패키지도 꽤 많았다. 예쁜 카페, 바다, 골목길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찍을 수 있게 해주는 거다. 서울에서 촬영하려면 복잡하고 장소 섭외도 어렵고 시간도 빡빡한데, 여기선 하루면 충분하다고. 게다가 지역 기반 업체라 그런지 가격도 생각보다 착했다. 물론… “패키지에 포함된 헤어메이크업은 강릉 탑3에 드는 샵입니다!”라는 말에 살짝 혹한 것도 있다. 나만 그래?
혼수 부스도 스윽 둘러봤다. 가전 제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는데, 그 중 LG 부스에선 ‘박람회 한정 혜택’이라는 말에 혹해 상담까지 받았다. 내심 ‘지금 사면 더 싸게 주는 거 아냐?’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냉장고, 세탁기 패키지 구성으로 할인도 받고 사은품도 챙길 수 있었다. 평소엔 무관심하던 냉장고 컬러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내 모습, 살짝 낯설었지만 결혼 준비가 그런 거 아니겠나.
전체적으로 강릉 웨딩박람회 규모는 아주 크진 않았지만, 그 덕에 오히려 하나하나 꼼꼼히 볼 수 있었다. 업체와의 거리감도 덜하고, 대화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처럼 결혼 준비 초보 커플에게는 부담 없이 접근하기 딱 좋은 수준이었다. 쭈뼛쭈뼛 질문해도 다 친절하게 답해주시고, 자잘한 팁도 막 알려주셔서 ‘강릉 박람회 = 친절의 성지’로 등극.
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좋았던 건 ‘방문 혜택’. 간단한 상담만 받아도 소형가전 추첨권, 커피 쿠폰, 드레스 할인권 등 이것저것 챙길 수 있었다. 뭔가 하러 간 건데, 오히려 챙김 받고 온 느낌? 게다가 웨딩 촬영 쿠폰이랑 웨딩홀 계약 시 사용할 수 있는 혜택북까지 받아서 실속 면에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박람회 끝나고 바다 보며 커피 한 잔 했는데, 남자친구가 그러더라. “생각보다 재밌었지?” 그래, 이 사람도 좀 느꼈나 보다. 결혼이 단순히 준비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도 추억이 되는 거라고.
다음 일정은 드레스 피팅과 웨딩홀 투어.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강릉 웨딩박람회 덕분에 든든한 첫 발을 내딛은 기분이다. 결혼 준비라는 길고 복잡한 여정 속에서, 오늘 하루는 꽤나 유쾌하고 알찼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 옆 결혼식,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